2020.06.12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는 내연기관 엔진 대신 연료전지 스택과 구동모터, 수소 저장 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구동모터로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간단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이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 부품의 역할을 통해 수소전기차가 수소를 동력으로 만드는 과정을 알아본다.
수소전기차는 순수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수소는 끓는점이 -252.87℃로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기체는 부피 당 밀도가 낮아 보관에 매우 큰 공간이 필요하다. 연료로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수소를 보관하기 위해선 고압으로 압축해야 한다. 수소전기차가 700bar(약 690기압) 수준으로 압축한 고압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이유다.
수소전기차에서 이 고압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부품이 바로 수소 연료 탱크다. 수소전기차 연료 탱크의 외피는 700bar의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탄소섬유 강화 복합재로 제작하며, 내부에는 내구 복원력이 뛰어난 폴리이미드(나일론 소재) 라이너를 삽입한다. 연료 탱크에서 고압으로 보관된 수소는 2단계 감압 장치를 거쳐 연료전지 스택에 전달된다. 저장부터 공급까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시스템에 반영돼 있는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 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산소는 공기 공급 시스템을 통해 외부 공기에서 수급한다. 공기 공급 장치는 여러 단계에 걸쳐 공기를 정화한다. 공기필터에서 먼지 및 화학물질을 걸러내고, 건조한 공기를 막 가습기로 가습한 후, 기체 확산층을 통해 연료전지 전극막에 산소를 공급한다.
수소전기차의 공기 공급 시스템이 이런 과정을 통해 연료전지 스택에 산소를 공급하는 이유는 연료전지의 내구성 때문이다. 외부 공기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공기에 포함된 이물질로 인해 연료전지가 손상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물질이 제거된 공기는 다시 대기로 방출된다. 수소전기차가 움직이는 공기청정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연료전지 스택은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연료 탱크와 공기 공급 시스템을 통해 얻은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넥쏘의 연료전지 스택은 총 440개의 셀로 완성된다. 하나의 셀은 수소와 산소가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전극막, 수소 및 산소를 전극막 표면으로 전달하는 기체 확산층, 전극막과 수소, 산소가 통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금속분리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료전지 스택에서 생산한 전기에너지는 구동모터로 전달돼 동력으로 변환된다. 수소전기차의 구동모터와 전장부품은 일반적인 전기차와 구조가 유사하다. 전기에너지로 동력을 생산해 주행을 돕는 구동모터를 중심으로, 전기에너지 공급과 관리를 담당하는 통합전력제어장치, 구동모터의 회전수를 조절하는 감속기로 구성된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처럼 감속 시 운동에너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환원하는 회생제동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속도를 줄일 때 회수한 전기에너지를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하며 이는 모터 작동에 다시 활용돼 연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구동모터로 주행하고, 배기가스가 없는 친환경차라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전기에너지를 수소전기차는 직접 생산해 활용하고, 전기차는 외부로부터 수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바로 배출물이다. 전기차는 운행과정에서 별도로 부산물을 생산하지 않지만, 수소전기차는 배기구를 통해 순수한 물을 배출한다.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가 화학 반응을 거치며 전기에너지와 함께 생산된 물을 방출하는 것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궁극적으로 미래 사회의 수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에서 물을 분해해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물에서 얻은 수소로 자동차를 움직이고, 다시 자연에 순수한 물을 환원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은 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기술이다. 연료인 수소가 무한하다는 점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이 친환경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비행기나 선박, 드론과 같은 모빌리티는 물론 가정용 냉난방 시스템 등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분야라면 어디에도 사용할 수 있다.